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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쇼핑몰 극단 정치가 부추긴 ‘중국 혐오’… “국익이 최고” 협력 목소리도[마가와 굴기 넘어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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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주꽃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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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쇼핑몰 ‘혐중 정서’는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혐중은 갑자기 생겨난 것도, 그렇다고 계속 같은 결로 드러난 것도 아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경제·사회·외교 등 다방면에서 상호작용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몇몇 사건이나 정치 상황과 결부돼 반중·혐중 정서도 불거졌다.
최근 경향신문이 ‘중국 관련 기사’(제목에 ‘중국’ 키워드가 1개 이상인 기사)에 달린 댓글 약 34만건을 분석해보니,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댓글의 절반이 반중·혐중으로 드러났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이후 중국 관련 기사의 댓글에 표출된 혐중 정서는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혐중 정서가 고조되자 이를 경계하는 ‘반(反)혐중’ 정서도 확인됐다. 반혐중 정서는 정부의 대중국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 한국의 경제·외교적 이익을 도모하는 실리적 입장,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비판하는 윤리적 입장 등에 의해 표출됐다.
이번 댓글 분석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서 중국 관련 기사가 많았던 4개 시기별로 오픈AI가 제공하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중 GPT-5.1 모델을 이용해 댓글을 ‘반중’ ‘혐중’ ‘반혐중’으로 분류해 진행했다. 인공지능(AI) 도구인 구글 노트북LM을 이용해 댓글의 질적 분석도 했다.
별도로 댓글의 형태소를 분석해 많이 쓰인 단어와 연관어(유사한 맥락에서 함께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추출했다.
‘시기 1’은 2022년 2월8~9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개회식에서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등장하고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이 있던 때, ‘시기 2’는 2024년 12월1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이후 4차 담화에서 ‘중국’을 언급한 이후다.
‘시기 3’은 지난해 9월29일 중국인 무비자 관광 허용 즈음, ‘시기 4’는 지난해 10월2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이다.
특히 시기 2부터 국내 혐중 정서가 도드라졌다고 보고, 이전 혐중 정서와 비교하기 위해 시기 1을 비교 대상으로 설정했다. 댓글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시기 1을 제외하고 각각 한 달을 분석기간으로 잡았다.
중국 정부 및 정책 등에 대한 이성적인 측면에서의 반감 및 거부감 등을 표현한 경우 ‘반중’ 댓글로 분류했다. 중국, 중국인, 화교, 조선족을 아우르는 ‘중국적인 것’에 대한 적대감, 비하, 혐오 표현 등은 ‘혐중’ 댓글로 봤다. 중국과의 관계를 실용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등 혐중 정서를 경계하는 댓글은 ‘반혐중’으로 분류했다.
시기 1의 중국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전체 13만1677건) 중에서 반중은 18.8%, 혐중 31.6%, 반혐중은 1.0%로 분류됐다. 시기 2의 댓글(7만4815건)에서 반중은 6.0%, 혐중 9.6%, 반혐중은 1.3%였다. 시기 3의 댓글(7만9269건) 중에서 반중 8.9%, 혐중 24.5%, 반혐중 6.2%였다. 시기 4의 댓글(5만4184건) 중 반중 13.8%, 혐중 17.3%, 반혐중 3.6%로 나타났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른바 ‘한복공정’ 및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은 대중의 공분을 일으켜 댓글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기 1 댓글의 50.4%가 반중·혐중 내용이었다.
시기 3·4에서는 반혐중 댓글 비중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정치적 이슈가 있던 때로 이재명 정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 경제·외교 측면의 실리적 관점, 국내 혐오 정서 상승에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기별로 중국 관련 기사 댓글들에서 어떤 단어가 많이 등장했는지 형태소 분석도 해봤다.
시기 1에서는 중국, 올림픽, 나라, 한국, 선수, 짱깨, 말, 중국인, 사람, 국민, 때, 대한민국, 민주당, 우리나라, 금메달, 돈, 조선족, 짱, 친중, 경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 대항전인 동계올림픽 성격상 민족주의 성향의 댓글이 많이 보인다. “쇼트 전부 철수해요. 뭐하러 중국 들러리 서줍니까.”(2022년 2월8일, kyng***), “중국은 천년이 아니라 반만년의 적”(2022년 2월8일, neok***) 등 중국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다.
또한 이 시기 ‘중국’과 어떤 단어를 많이 연결해 사용했는지 연관어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문화와 민족, 역사, 일본, 한국, 미국, 조선족, 한복, 경제 등의 순으로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문화대국이라 칭하는데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니 남의 것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 것”(2022년 2월8일, ucap***) 등 관련 댓글에서 한복이나 김치와 같은 한국 문화를 중국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의심과 불만이 주를 이룬다. ‘짱개’와 ‘짱-’이란 중국인을 비하하는 멸칭도 많이 쓰였다.
시기 1이 ‘중국발 요인’이 있던 시기라면 시기 2부터는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은 시기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후 4차 담화에서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 등을 예로 들면서, 간첩죄를 수정하려 했으나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이 가로막아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 댓글에서 많이 쓰인 단어는 중국, 국민, 중국인, 나라, 간첩, 민주당, 사람, 극우, 탄핵, 말, 대통령, 선거, 대한민국, 내란, 부정, 정신, 윤석열, 기자, 언론, 인간 등의 순이다. “중국 간첩 많아”(2024년 12월12일, band***), “선관위 이미 다 들통났어. 부정선거 부정부패. 너희가 탄핵 대상이야”(2024년 12월12일, ddea****) 등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듯한 댓글이 많이 달렸다.
‘기자’와 ‘언론’ 등을 언급한 댓글이 많은 것은 가짜뉴스 진위를 가리는 기성 언론 보도를 믿지 않으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시기 2를 기점으로 오프라인에서 정치권 및 보수 시민사회에서 중국·중국인과 관련해 ‘부정선거 개입’ ‘화교 의대 특혜 입학’ ‘건강보험 부당 혜택’ 등 가짜뉴스 기반 선동이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혐중 정서가 커지더니 혐중 시위, 노차이니즈 존 등 물리적 공간에서 중국 혐오가 표출됐다.
8개월여 부풀어난 혐중 정서는 시기 3에 반영됐다. 반중, 혐중, 반혐중 댓글 비중만 봤을 때 시기 2 댓글에서 반중이 35.5%, 혐중이 56.7%였으나, 시기 3에서는 반중이 22.4%로 줄고 혐중이 61.9%로 늘었다.
‘짱깨’나 ‘짱꼴라’를 비롯해 ‘화·짱·조’(화교·짱개·조선족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멸칭) 등 중국인·조선족·화교 등에 대한 멸칭을 사용하거나, 이들을 집단적으로 벌레나 병균 등에 비유하거나, ‘박멸해야 한다’는 등의 폭력적인 표현을 수반한 댓글이 빈번하게 확인된다. 인종주의적 표현이 노골적으로 분출된 것이다.
시기 3 댓글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감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 및 정부·여당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같이 드러냈다. 많이 쓰인 단어는 중국, 중국인, 나라, 무비자, 국민, 극우, 시위, 한국, 사람, 입국, 대한민국, 때, 반중, 미국, 말, 국가, 일본, 돈, 우리나라, 정부 등의 순이다.
중국인 무비자 관광 조치를 앞두고 있었는데, “중국인 많은 곳에 위생 개념도 없고 목소리도 크고 너무 지저분해요”(2025년 9월7일, sunm****) 등 일부 중국인의 민폐 행동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댓글이 달렸다.
APEC 정상회의 이후인 시기 4 댓글에서 많이 쓰인 단어는 중국, 나라, 중국인, 국민, 한국, 민주당, 대한민국, 때, 일본, 사람, 이재명, 국가, 말, 미국, 대통령, 시진핑, 우리나라, 극우, 인간, 법 등이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혐중 시위를 법률로써 제재하자는 논의가 여당발로 시작되자 이에 대한 불만이 드러났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민을 버리고 중국과 조선족 편을 들기 시작했다”(2025년 11월7일, smil***) 등이 그 예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지난해 8~9월), 동아시아연구원(지난해 6월) 등의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 10명 중 6~7명은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기 1·3·4의 댓글에 공통적으로 ‘때’가 많이 등장한다. ‘때’의 관계어(같이 많이 쓰인 단어)를 분석해보면 ‘임진왜란’ ‘중공군’ ‘6·25’ ‘전쟁’ ‘코로나’ 등이 뽑힌다. 중국과의 오랜 역사 속에 쌓인 부정적 감정들이 중국 관련 뉴스가 보도되면 연상작용으로 함께 드러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혐중 정서가 쉽게 해소하기 어려울 만큼 자리 잡았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혐중 정서의 등장은 혐중 정서가 한국 사회에서 적극 대응해야 할 문제임을 시사한다.
시기 1·2 시기 반혐중 댓글은 각각 1.0%, 1.3%에 그쳤으나, 이재명 정부로 바뀐 시기 3·4에는 각각 6.2%, 3.6%로 늘었다.
반혐중 댓글을 살펴보면, 시기 3·4일 때 물리적 공간에서 가시화한 ‘혐중 시위’를 두고 ‘폭력’ 및 ‘인종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집단적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폭력”(2025년 9월2일, keil****), “인종차별은 중범죄”(2025년 9월10일, kdhu****), “특정국가나 국민·민족·계층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언어, 물리적 폭력을 금지하는 법률이 시급하다”(2025년 9월2일, jghy****), “일본에서는 극우파들이 한국인이 싫다고 혐한 시위를 하는데 우리나라 극우들은 혐중 시위를 하네”(2025년 9월2일, 1425****) 등이다.
혐중 시위가 “나라 망신이다” 등 국격을 훼손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의 안전은 상관없는 것인가”(2025년 9월2일, bspa****) 등 재중 한국인의 안전을 생각할 때 혐중 시위가 이기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중국인 무비자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근거로 혐중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관광산업은 무공해 산업이다.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삽시다”(2025년 9월19일, nam****), “(자영업자에 대한) 업무방해”(2025년 9월19일, amwa****) 등의 의견이 있었다.
시기 4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향후 양국 간 경제협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안보동맹은 미국일지라도, 경제는 중국이다. 1992~2024년 대중국 무역 흑자가 얼마일까. 2023년부터 적자가 됐다. 다시 무역 흑자로 돈 벌어야 한다”(2025년 11월1일, kasm****) 등의 댓글이 대표적이다. “한한령 풀리면 우리나라에 이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이제 관광산업으로 내수경기도 풀 수 있다”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내수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시기 4 댓글에서 많이 쓰인 단어인 ‘중국’과 관련한 연관어 분석을 해봐도, ‘한한령’이나 ‘경제’ ‘수출’ 등의 단어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반중·혐중, 반혐중 댓글은 양쪽으로 쪼개진 국내 정치 지형도 드러낸다. 시기 1·2·4 댓글에서 ‘민주당’이 많이 등장한다. ‘민주당’의 관계어를 분석해보면 ‘친중 정권’ ‘중국몽’ ‘좌파’ ‘민주당 지지자’ 등으로 가지치기를 한다. 현 정부·여당을 지지하느냐 혹은 정치적으로 그 반대 진영이냐에 따라 반중·혐중, 또는 반혐중의 정서도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관련 뉴스 댓글을 살펴보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중국이나 대중 정책 또한 지지·비판하는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포털 뉴스뿐만 아니라 유튜브 쇼츠를 통해 중국 관련 뉴스를 많이 보는데 뉴스 소비자들이 콘텐츠 선택부터 댓글 내용까지 국내 정치랑 관여가 많이 돼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이같이 반혐중 정서는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의식, 경제·외교 실리적 관점, 정치적 입장 등 여러 시각에서 등장했다. 이 중에서 급변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적하는 댓글을 주목할 만하다. 반혐중 댓글 일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을 견지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만 선택해야 하는 듯한 사회 양극화가 극에 달해 참 답답합니다. 분명 두 나라 모두 득과 실이 있습니다”(2025년 11월6일, Kss0****), “중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득을 많이 주는 게 최고입니다. 미국, 중국 걱정을 왜 하고 욕을 왜 하나요? 우리한테 최대한 이익이 남아야 국민들도 편합니다”(2025년 9월30일, astu****) 등이 그 사례다.
“언니가 꿈을 꾸었다. 뒷산에 올라 오줌을 누자 온 고을이 오줌에 잠기는 꿈이었다. 다음날 아침, 재밌는 꿈을 꾸었다며 얘기를 들려주는 언니에게 내가 그 꿈을 사겠다고 했다. 언니가 뭘 줄 거냐고 묻길래 아끼던 비단 치마를 주겠다고 했다. 흔쾌히 꿈을 팔고 신이 난 언니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보통 꿈이 아니거늘 아무것도 모르는 언니 같으니라고.’ 얼마 후 귀인이 집을 찾았는데 하필 옷자락이 찢어져 버렸다. 아버지가 언니에게 귀인의 옷을 꿰매라 했으나, 결국 언니 대신 내가 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귀인과 정을 통하게 되었다.”
익숙한 이야기인가? 아마도 십중팔구는 김유신의 누이 문희와 보희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니 보희의 꿈을 비단 치마로 산 문희가 언니 대신 김춘추와 연을 맺고 그의 아이를 임신한 후 아내가 되는 바로 그 이야기. 훗날 신라 태종 무열왕이 되는 김춘추와 김유신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이는 고려 왕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려 왕실의 건국 설화를 담고 있는 <고려세계>에는 작제건의 어머니이자 보육의 둘째 딸 진의에 관한 이야기가 전한다.
“어떤 신라 술사가 와서 (마하갑에 있는 보육의 집을) 보고 이곳에서 살면 반드시 당나라의 천자가 와서 사위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보육은 두 딸을 낳았는데, 막내 진의가 아리땁고도 지혜와 재주가 많았다. 진의의 나이가 열다섯 정도일 때, 그의 언니가 오관산 봉우리에 올라 소변을 보았는데 천하에 흘러넘치는 꿈을 꾸었다. 깨고 나서 진의에게 말하자, 진의가 “비단 치마로 그 꿈 살게요”라고 하였고 언니가 허락했다.”(고려사 <고려세계>)
술사의 예언대로 과연 훗날 당의 황제가 될 왕자가 우연히 개성을 찾았다가, 보육의 집까지 이르렀다. 이 사람이 술사가 예언한 그 귀인임을 알아본 보육은 큰딸을 시켜 터진 옷을 꿰매 주라고 했으나 문지방을 넘자마자 코피가 나서 못 가게 되고, 진의가 대신 하게 되었다. 당의 왕자는 한 달 후 떠났으나 진의는 그의 아이를 가졌다.
임신 후 두 여인의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여기까지 두 이야기는 놀랍도록 닮았다. 고려는 신라에서 전해지던 이야기를 베꼈다.
짜깁기한 신화들
고려 왕실의 신화 베끼기는 진의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진의와 당나라 왕자 사이에서 태어난 작제건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당나라 사람이라고만 얘기해주던 어머니는 그가 열여섯이 되자 드디어 진실을 말해주며, 아버지가 남겨 준 활과 화살을 전했다. 그 활과 화살로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 얼마 가지 않아 작제건은 신궁이라는 명성을 얻는다.
아버지를 꼭 뵙고 싶던 작제건은 서해로 나가는 상선에 의지해서 중국에 가고자 했다. 그러나 바다 한복판에서 구름과 안개가 일어나며 주변이 자욱해지더니 배가 멈춰버렸다. 사흘째 되던 날 참다못한 뱃사람들이 점을 쳤다. ‘고려 사람이 없어져야 한다’는 점괘. 작제건은 활과 화살을 거머쥐고 바다에 몸을 던졌으나, 다행히도 마침 물결 아래 가려져 있던 바위에 안착했다. 그가 내리자 상선은 쏜살같이 목적지를 향해 떠나 버렸다.
이는 모두 신궁의 도움이 필요했던 서해 용왕의 계략이었다. 서해 용왕은 작제건의 도움을 받아 그를 괴롭히던 늙은 여우를 퇴치했고, 이를 계기로 작제건은 용왕의 딸과 혼인하고 갖은 보화를 가지고 개성으로 돌아온다.
작제건의 이야기는 신라의 거타지 이야기와 거의 동일하다. 거타지는 신라 진성왕대 당나라 사신길에 동행한 궁수로 작제건과 매우 흡사한 여정을 걷는다. 그 역시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후 서해신의 부탁을 받고 늙은 여우를 퇴치한다. 서해신은 거타지에게 보답으로 딸을 주고, 거타지가 탄 신라 사절단의 배를 용 두 마리로 보호하여 당나라까지 무사히 가게 한다.
온 천하가 오줌에 잠기는 꿈서해 용왕의 딸과 결혼한 신궁신라 설화이자 고려 왕실의 것
태조 왕건은 천안을 건설하며개성 근처 ‘오룡사’ 창건하고곳곳을 의미 있게 만들려 노력
수백년간 쌓인 서사가공간을 ‘장소’로 직조해조선에도 영향력 미쳐
원래 신화는 비슷한 모티브들이 약간씩 변주하며 여기저기 옮겨 전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고려 왕실 신화와 신라의 이야기에 유사한 대목이 나타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신화라 할지라도 조금은 체계적이고 일관되면 멋이 있을 텐데, 고려 왕실의 신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조상의 계보가 아버지면 아버지, 어머니면 어머니로 일관되게 내려오는 것도 아니요, 하나의 장소가 일관되게 중요하게 내려오는 것도 아니다.
설화 안에서 같은 모티브가 중복되기도 한다. 온 천하가 오줌에 잠기는 꿈은 진의의 언니만 꾼 것이 아니고 그 아버지 보육도 꾸었다. 풍수의 술사라고 하면 집터를 점지해주며 왕건의 탄생을 예언한 도선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그 이전에도 신라의 술사라는 인물이 여럿 등장하고 그들이 점쳐준 곳이나 예언도 여럿 전한다. 한마디로 고려 왕실의 신화는 여러 이야기를 덕지덕지 짜깁기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만약 신화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대회가 있다고 한다면, 고려 왕실의 신화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 듯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신성한 장소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이야기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시대에는 자신의 왕실을 하늘에 직접 접속시켰다. 이 나라 모두 하늘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시조 설화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시조의 행적과 관련한 신성한 장소들이 전한다. 신라의 수도 서라벌은 시조나 후대 왕실뿐만 아니라, 곳곳에 그 이후의 오랜 역사가 축적된 이야기들을 품은 신성한 장소였다. 사후에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바닷속에 무덤을 만들었다는 문무왕 대왕암이라든지, 그 용이 드나들었다는 감은사탑이라든지, 김현이 호랑이 처녀를 만난 흥륜사 같은 곳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에 비해 고려가 건국될 무렵은 하늘과 직접 접속시키는 시대가 아니었다. 이 시대에는 대신 자신의 지역을 신성하게 하는 다른 요소들이 유행했는데, 산천신이나 풍수, 불교 등이 대표적이었다. 지역세력들은 산신으로 추앙을 받거나 유명한 승려들을 초빙하여 절을 짓는 등 자신들만의 상징성을 갖추어 지역을 현창하려고 했다. 몇백 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 역시 지역 세력들이 과시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궁예처럼 신라 왕실의 후손을 자처한다든지, 신라의 관직을 참칭하는 것 등이 그 예가 되겠다.
고려 왕실의 신화에는 당대에 유행한 이러한 모든 요소가 엿보인다. 구룡산의 산신, 백두산부터 산맥을 짚으며 터를 보는 풍수 술사들, 신라 관료 출신의 예언, 당나라 황실, 서해 용왕의 딸 등이 대표적이다. 작제건의 아내가 된 서해 용왕의 딸은 훗날 고려 왕실이 용의 자손을 칭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고, 고려 왕족의 몸 어딘가에는 용 비늘이 있다는 설화로 조선 후기까지도 그 흔적이 남기도 했다.
다만 여기에서 고려의 왕실이 결국 당나라 황실의 후손임을 자처한 대목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 조상의 연원을 당나라의 어느 한 자락에 대는 것은 고려 왕실만의 일이 아니었다. 고려 중기 정계를 쥐락펴락한 이자연의 집안, 인주 이씨는 선조가 신라의 높은 관원이었는데 사신으로 당에 갔을 때 황제가 이씨 성을 하사했다는 내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일본의 귀족 중에도 당나라와 연결된다는 집안 내력을 내세운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위세를 자랑했던 당나라가 멸망 후에도 동아시아 전반에 상당한 역사적 권위와 상징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처럼 민족·국가별 장벽이 높은 시대의 감각과는 완연히 다른 것이다.
이야기는 실질적인 행위로도 이어진다. 태조 왕건은 유명 승려를 초빙하여 개성 주변에 ‘오룡사’라는 절을 창건한 바 있다. 여기에서 ‘오룡,’ 즉 다섯 마리의 용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이는 천안부를 둘 때의 이야기에도 잠깐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천안은 태조 왕건이 처음 건설한 도시다. 주변의 목천이나 직산이 백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연원을 지닌 데 비해 천안은 역사가 짧은 셈이다. 당시 왕건은 후백제를 공략할 거점으로 천안을 주목했다. 이곳이 ‘삼국의 중심으로 오룡이 구슬을 두고 다투는 형세’라서, 도시를 설치하면 백제가 스스로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예언이 유행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볼 때 아마도 당대에는 ‘오룡이 구슬을 두고 다투는 형세’가 삼국을 통일하게 할 지세라고 하는 예언들이 유행했고, 이를 염두에 두고 왕건이 자신의 고향 개성에도 이름을 딴 절을 건설한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이야기는 왜 이렇게 중요한가? 이야기가 없이는 어떤 ‘공간’도 의미를 지닌, 인간의 ‘장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의 서라벌 곳곳이 의미로 가득 찬 장소였을 때, 신흥 왕조 고려에서는 당대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동원하여 개성을 의미 있게 만들려고 했다. 아무래도 역사가 짧은 개성만으로 역부족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고구려의 수도라는 내력을 지닌 평양을 새삼스레 다시 발굴해내기도 했다. 이후 475년의 역사는 개성을 의미로 가득 찬 장소로 직조해냈고, 한양으로 천도한 조선인들은 그 의미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했다. 수백 년간 층층이 쌓인 서사의 무게가 그만큼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공간을, 도시를, 그저 물리적인 형태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인간은 본디 그 너머의 의미와 이야기를 갈구하는 존재다.
국세청이 경영난을 겪는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법인세 납부 기한을 3개월 연장한다. 정기세무조사도 1년 유예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1일 경남 김해상공회의소에서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세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전년도 매출이 감소한 수출 중소기업은 별도의 신청이 없어도 법인세 납부 기한을 3개월 직권 연장한다. 지원 대상은 수출액이 매출액의 30% 이상인 기업이거나 관세청 등 관계 기관이 선정한 수출 우수기업이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의 법인세 납부 기한은 오는 6월30일까지로 늘어난다. 납부할 세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하면 분할납부 금액의 납부기한도 법정 기한보다 3개월 직권 연장된다. 일반기업은 기존 1개월, 중소기업은 2개월이던 분할 납부 기한이 모두 3개월 더 늘어난다.
정기 세무조사도 유예한다. 수출 중소기업이 정기 세무조사를 통지받을 경우 조사 유예도 함께 안내하고, 기업이 유예를 신청하면 정기 세무조사를 1년간 미룬다. 수출액이 매출액의 30% 이상이거나 수출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수출기업 세무 검증은 최소화한다. 수출액이 매출액의 30% 이상인 기업이거나 관세청이 선정한 우수기업이면 원칙적으로 법인세 신고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다. 다만 명백한 탈루 혐의가 있는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출 중소기업이 연구·인력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사전심사나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을 신청했다면 접수순서와 관계없이 최우선 심사·처리하기로 했다.
해외진출 중소기업에는 세정 지원을 강화한다. 국세청은 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이중과세 문제 관련 설명회를 열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중과세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전용 소통창구도 마련해 사전 대응 방안과 사후 구제 절차 관련 상담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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