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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혼전문변호사 AI가 성적 올려준다는 착각···“교육용 표방하는 AI가 기대 충족 못 시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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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주꽃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1-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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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혼전문변호사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에 학습이나 과제를 과도하게 의존하면 과제 수행 결과와 별개로 실제 학습 효과는 높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습 과정에서 주체성을 보이지 않고, 인지 작업 자체를 생성형 AI가 맡기는 것을 두고 ‘메타인지적 게으름’이라고 전문가들은 표현했다.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OECD 디지털 교육 전망 2026’를 보면, 보고서는 튀르키예, 중국, 미국 등지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를 종합했다. 튀르키예 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선 수학 수업 6시간 동안 교과서, AI 챗봇, 교육용 AI 챗봇 등 세 가지 수단으로 공부한 결과를 각각 비교했다. 교육용 AI는 일반 AI 챗봇과 달리 즉각적인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학습을 지원하도록 설정됐다. 연습 결과에선 AI 챗봇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교과서를 이용해 스스로 공부한 이들보다 정답률이 48% 높았다. 그러나 교재나 AI 사용을 제한하고 시험을 봤을 때는, AI 챗봇으로 공부한 이들의 정답률은 교과서 학습자보다 17% 낮게 조사됐다.
교육용 AI 챗봇으로 공부한 이들은 연습에선 교과서 학습자보다 127%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시험을 봤을 땐 교과서 학습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효과적인 디지털 학습 도구라면 연습 결과뿐 아니라 실제 학습 성과도 향상시킬 것이란 기대가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교육용’ AI라고 칭하는 생성형 AI 도구가 이러한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AI 도구 사용이 학습 성취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AI 도구를 이용해 영어 에세이를 고친 학생들은 홀로 수정하거나 인간 전문가 도움을 받은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관련 시험을 치렀을 때 AI 도구 이용자의 지식 습득이 향상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쓰기를 퇴고할 때 인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학생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학생 간 차이도 드러났다. 연구 결과 인간 전문가와 소통한 학생들은 조언받을 부분을 진단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받은 도움을 평가해 최종 반영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주체성을 보였다. 반면 범용 AI 챗봇을 활용한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고 질문 즉시 AI가 제공한 답을 그대로 차용했다. 연구진은 인지능력을 AI에게 맡기는 이러한 행위를 ‘메타인지적 게으름’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적 설계가 뒷받침된 AI 도구를 쓸 경우 학습 몰입도를 키울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하버드대학교 학부생들의 물리학 입문 수업에선 대면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과 AI 튜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성취 결과를 비교했다. AI 튜터를 이용한 이들의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의 4.5점이었고, 대면 강의 학생들은 3.5점으로 나타났다. AI 튜터를 이용한 학생들은 학습 시간을 단축했고 더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전 세계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스위스 8~18세 아동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8%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생성형 AI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답변 비율은 중학생 30%, 고등학생 50% 등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했다. 에스토니아에선 고등학생 10명 중 9명이 공부를 위해 AI 도구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독일,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7개국에선 절반에 달하는 학생이 챗GPT를 이용해봤다고 답했다. 이들 2명 중 1명(56%)는 정보 습득에 AI를 활용했고, 31%는 과제의 답을 찾기 위해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OECD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 곧바로 학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면서 “전문적인 교수법에 기반해 교육적으로 설계할 경우 생성형 AI 도구가 학습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양(당시 17세)은 2018년 7월 전북 익산의 B보육원에서 퇴소했다. 친부가 직접 A양을 키우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A양이 돌아간 집은 ‘거처’라고 부르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알코올 의존증 등 정신과적 문제를 겪고 있던 친부는 쓰레기를 가득 쌓아둔 채 살고 있었다. 친부는 어느 날 A양을 알아보지 못한 채 위협했다. 결국 집을 나온 A양은 그 뒤로 다른 시설과 쉼터, 지인의 집을 전전했다. 때로는 노숙을 해야 했다. 퇴소 후 6개월간 A양이 머문 시설만 4곳이었다.
B보육원은 최근 A양을 포함한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고발로 학대 혐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학대가 일어난 시설을 벗어났다고 끝이 아니었다. 학대의 흔적을 안은 채로 청년들은 또 다른 시설과 쉼터를 전전해야 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B보육원 출신 청년들은 시설을 떠난 뒤에도 안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유랑했다. 이 보육원에서 자란 C씨(25)는 성인이 된 뒤 자립해 조부모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10년 넘게 떨어져 지낸 탓에 적응하지 못했다. 부친의 방임 속에서 C씨는 인지저하증을 겪는 할머니를 홀로 돌봐야 했다. C씨는 2년간 지인의 집 등을 전전하며 떠돌다 보호 종료 아동에게 주거 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보육원 교사에게 “집을 구해달라”,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제16조의2)은 지방자치단체가 보호 종료로 가정에 복귀한 아동을 주기적으로 만나 필요한 관리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25 아동보호서비스 업무 매뉴얼’ 역시 보호자의 성품이나 행실이 불량해 아동을 귀가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아동을 가정으로 보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양은 알코올 의존증을 겪던 친부의 집으로 가야했고, C씨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2년간 방치됐다. 시설과 지자체가 법이 정한 사후 관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아동을 보호할 책임은 ‘폭탄 돌리기’가 됐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상처가 돼 원생들을 고립시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북 익산시청과 B보육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B보육원 소속 아동·청소년들은 가정에서 이미 학대를 겪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임상심리검사 결과지를 보면 이 보육원에서 자란 D양(당시 18세), E양(당시 18세) 등은 “스스로에 대한 부적절감”, “외로움과 실존적 공허”, “삶이 잘못되었다는 감각”, “무기력과 소외감” 등을 겪고 있었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설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D양), “취약한 양육 환경과 시설 구조상 불안정한 상황”(E양)에서 비롯된 감정인 것으로 분석됐다.
학대가 반복되는 환경은 이들이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B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보육원 교사들은 원생들끼리 서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따돌림에 가담하도록 종용했다. 이 보육원에서 자란 F씨는 학대 피해자인 동시에 다른 시설에서 괴롭힘 가해자가 돼 소년원에 넘겨졌고, 이 전력으로 다른 보호시설에서 받아주지 않아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F씨는 보호 종료 후 자립한 후에도 자해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에서의 학대와 통제 경험이 시설을 떠난 뒤에도 청년 스스로 고립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통제가 아닌 ‘관계 중심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B보육원에 대해 실시한 민관합동조사 결과에서 외부 전문가들은 “징벌 중심 지도 방식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보육원 교사들을 대상으로 아동의 인권과 긍정적인 양육을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B보육원 아동들에 대한 임상심리 결과에서도 “주변 인물의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 “무조건 긍정적인 존중을 경험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명시됐다.
다만 수십 명이 공동생활을 하는 시설 구조에서는 이러한 관계 형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16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역시 한국 정부에 시설 보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가정위탁, 친족 돌봄, 후견 위탁 등 일관된 주양육자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한국의 보호 체계는 여전히 시설 중심에 머물러 있다. 2024년 말 기준 보호대상아동 1583명 가운데 30%(474명)는 여전히 가정이 아닌 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김선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관계”라며 “여러 명을 관리하는 구조가 아니라, 아이가 믿을 수 있는 한 사람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시설에서의 삶을 당연시하는 체계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시설을 떠난 아동들이 또 다른 시설과 병원을 전전하는 복지시스템의 실패와 아동 탈시설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아케나텐(Akhenaten). ‘아텐에게 이로운 자.’ 기원전 14세기 중반 이집트를 지배한 파라오의 이름이다.
람세스나 투탕카멘, 클레오파트라처럼 한국에서 잘 알려진 파라오는 아니다. 가장 큰 피라미드를 세운 파라오인 쿠푸마저도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다. 한국인들이 한반도에서 군림한 모든 왕의 이름을 다 아는 것도 아니며, 이름을 안다고 그 업적을 모두 기억하는 것 또한 아니다. 수천년을 거쳐 간 고대 이집트 파라오 여럿 중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케나텐이 재위했던 기간의 흔적을 보면, 그는 쉽게 잊히지 않는 존재로 남는다. 수천년의 고대 이집트사 내내 계속된 다신교 문화에 균열을 일으켰고, 이전·이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예술 양식이 보이는 유물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케나텐은 누구이며, 그가 남긴 것들은 무엇일까. 이티원이 주최·주관하고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후원하는 ‘이집트 문명 탐사단’의 2026년 1차 기행은 나일강을 따라 그 해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집트 고고학자인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이 기획한 이집트 문명 탐사는 2020년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2023년 재개된 탐사는 더 많은 피라미드와 신전 등 고대 이집트의 황금기 유적을 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집트 북부의 수도 카이로와 그 광역권의 쿠푸 대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구 이집트 박물관, 문명박물관부터 남부의 아부심벨 대신전, 이름난 파라오가 여럿 묻힌 룩소르의 ‘왕들의 계곡’ 등 이집트를 대표하는 여러 유물과 유적을 만나왔다.
올해 1·2차 탐사를 포함해 10번째를 맞는 탐사는 매번 동선에 조금씩 변화를 줬다. 지난 2~13일 진행된 2026년 1차 탐사는 전과 달리 나일강 연안 육로 종단을 택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토 대부분이 사막인 이집트는 나일강 연안에 도시를 만들고 생활해왔다.
그간 북부의 카이로에서 중부의 룩소르나 남부의 아스완을 국내선 비행기로 오가는 일정이 전체 탐사 여정의 큰 축을 이뤘지만, 이번에는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비행편으로 이동한 뒤 여정의 최남단 아부심벨부터는 육로로 북상해 카이로로 돌아왔다. 아케나텐이 새 도읍지를 세웠던 아마르나에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1차 탐사의 주제는 ‘잊혀진 파라오, 아케나텐을 찾아서’였다. 탐사단이 아마르나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아마르나는 이집트를 찾는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도 잘 들르지 않는 곳이다.
아케나텐은 기원전 1350년경 즉위한 파라오이다. 원래는 전임자이자 아버지였던 아멘호테프 3세의 뒤를 이어 아멘호테프 4세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고대 이집트에서 공고하던 다신교 체제를 부정하고 유일신 체제를 선포한다. 수도도 당시의 테베(현 룩소르)에서 ‘아케트-아텐’(Akhet-aten·아텐의 지평선), 지금의 아마르나로 옮긴다. 아케나텐의 재임 기간은 그래서 ‘아마르나 시대’로도 불린다. 천도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신교 체제에서 영향력이 컸던, 각 신을 모시는 신관의 힘에서 벗어나 왕권을 강화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는 수천년간 거의 같은 상징을 공유했다. 기원전 3100년에 성립된 초기 왕조부터 로마가 이집트를 병합하고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서기 4세기에 이르는 오랜 시간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드러난다. ‘태양신’ 라와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모성과 아름다움의 여신’ 이시스, ‘무질서와 잔인함의 신’ 세트, ‘슬픔과 보호의 여신’ 네프티스, 오시리스의 아들이자 ‘왕권의 신’인 호루스와 그의 아내인 ‘결혼의 여신’ 하토르… 아케나텐의 선대 파라오인 핫셉수트의 장례 신전에 가도, 후대 파라오인 람세스 2세가 남긴 유적이나 로마 정복 직전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기(기원전 4세기)의 신전에 가도 이들은 비슷한 형태와 같은 상징으로 나타난다.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 암소 머리를 한 하토르, 신화 속 그들의 이야기와 신들을 경배하는 파라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9일 아마르나의 귀족 무덤 3곳과 왕족 무덤을 방문해서 본 차이는 뚜렷했다. 천장과 가까운 벽에는 하늘에서 땅을 향해 직선의 빛을 뿜는 태양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바로 아케나텐이 선택한 유일신, 아텐이었다. 이집트의 신들은 서로 다른 신끼리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기도 한다. 태양신 라가 하늘 높이 뜬 정오쯤의 태양을 뜻한다면, 동틀 무렵의 태양에 해당하는 신은 케프리, 해 질 녘 태양의 신은 아툼이다. 태양신으로는 아멘과 아텐 등도 존재한다. 다만 아텐은 태양신 라의 ‘특성 중 하나’ 정도로 여겨져왔다. 이집트인들에게 영향력이나 존재감이 큰 신은 아니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케나텐은 아텐을 유일신으로 선포하고 자신의 이름을 아멘호테프(Amenhotep·아멘이 만족한다)에서 아케나텐으로 고친다. 아텐을 위시한 아케나텐의 유일신앙은 유대교보다 빠른, 인류 최초의 유일신교로 여겨진다.
아마르나의 무덤에서 아텐만큼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파라오와 그 가족들이다. 아케나텐의 아내였던 왕비 네페르티티, 그 자녀들의 모습이 귀족과 왕가 무덤 내부의 벽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다른 파라오의 시대였다면 파라오와 이집트의 여러 신이 나타났을 자리다. 유일신 아텐과 백성을 잇는 매개체가 파라오와 그 가족이었다는 뜻이다. 다신교 체제에서 작지 않은 권력을 휘둘렀던 신관의 자리를 파라오가 대신한다는 것이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이전보다 현실적으로 묘사된 인물들이다. 벽에 그려진 인물들은 땅바닥에 바짝 엎드리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때로 황급히 걷는다. 다른 박물관에 있는 아마르나 시대의 유물에서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두 손을 번쩍 든 사람들도 보인다. 사람의 옆모습을 평면에 판화처럼 찍은 듯한 모습은 현대에 볼 수 있는 다른 유적·유물이나 미술품과 비교하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수천년의 고대 이집트에서는 보이지 않던 인물상이 아마르나 시대에서만은 보여 생경하게 느껴진다.
지난해 11월 정식 개관한 카이로 인근 기자의 이집트 대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GEM)은 아케나텐 때의 석조 블록을 전시하며 이 시기의 남다른 표현 양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신과 왕에 대한 전통적인 묘사가 궁궐과 왕족, 아텐의 아래에서 펼쳐지는 삶에 대한 현실적인 표현으로 바뀐다.”
아마르나에 닿기 전, 탐사의 출발지인 카이로부터 아부심벨 신전, 아스완, 룩소르 등 주요 도시의 여러 무덤과 신전에서 보이는 여러 신과 파라오의 모습은 일률적이다. 이들은 대체로 모두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다. 파라오가 누구인지는 그들의 생김새가 아니라 ‘카르투시’라는 틀 안에 고대 문자로 적은 이름으로 알 수 있는 정도다. 고왕국 시대(기원전 27~22세기)와 신왕국 시대(기원전 16~11세기), 로마 제국의 영향권에 있었던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와 그 이후에도 표현 양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마의 황제를 파라오로 묘사했을 만큼, 과거의 방식을 따르려는 고대 이집트의 원심력은 강력했다. 당시 무덤을 만드는 장인을 평가하는 척도는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전통에 부합하게’ 표현하느냐였다.
룩소르 박물관에서 본 아케나텐 석상의 모습은 그래서 더 깊이 각인됐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파라오의 상징과도 같은 두건인 메네스를 두르고 가짜 턱수염을 붙인 것 등 전통적인 표현 양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파라오에 비해 유독 길쭉했던 얼굴은, 그리 크지 않은 룩소르 박물관의 다른 파라오 조각과만 비교해봐도 눈에 띄었다. 한동안 신전·무덤 벽의 등장인물이 어떤 신인지, 어떤 파라오인지만 골몰하다 보니 이집트에서 ‘다른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미처 상상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이집트 박물관에 전시된 아케나텐 석상은 하반신까지 표현하고 있는데, 두툼한 배와 허벅지가 인상적이다. 그저 아케나텐의 생김새가 다른 파라오와 달랐기 때문에 표현이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곽 소장은 “파라오가 남성과 여성성을 모두 표현했어야 하므로 이렇게 묘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관이 하던 ‘신과의 조우’를 아케나텐이 ‘파라오와 가족’만 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했으니, 파라오의 조각에 수많은 남신과 여신의 특징을 담은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의 로제타석,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덴데라 황도대와 함께 ‘이집트의 3대 반출 유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의 네페르티티 흉상도 아마르나 시대의 작품이다. 아케나텐의 재위 기간 왕비 네페르티티를 나타낸 이 흉상은 3000여년 전의 작품인데도 화려한 색감과 사실적인 묘사가 눈에 띈다. 왼쪽 눈의 눈동자가 찍히지 않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신비감을 자아낸다.
다만 이 흉상은 1912년 독일이 아마르나에서 발견한 뒤 반출했고 여전히 독일에 남아 있다. 독일이 발굴 유물의 존재를 알린 뒤 이집트가 소장을 원하는 유물 절반을 정하면 그 나머지 절반을 가져가야 했지만, 독일은 흉상의 존재를 숨겨 자국으로 반출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네페르티티 흉상 반환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최신 시설인 GEM이 공식 개장한 이후로는 ‘이집트가 유물을 보존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유럽 쪽의 주장도 힘을 잃고 있다.
다만 눈에 띄는 아마르나 시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았다. 무덤을 찾은 뒤에 아텐 대신전을 비롯한 다른 아마르나의 유적은, 다른 도시의 신전만큼 큰 외벽이나 다양한 조각을 남겨두지 못했다. 귀족의 무덤 중에는 부조가 있어야 할 자리에 밑그림만 남은, 미완성의 흔적도 있었다.
아케나텐의 즉위 기간이 20년이 채 되지 않았던 데다, 그의 사망 후 고대 이집트는 빠른 속도로 과거로 회귀한다. 수도는 다시 테베로 돌아가고, 문을 닫았던 여러 신전이 다시 문을 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대 파라오들은 ‘아케나텐 지우기’, 일종의 ‘기록말살형’을 집행한다. 아마르나의 무덤에서 봤던 그 안에서의 아케나텐과 가족들의 얼굴은 지워져 있었다. 아비도스에 있는 후대 파라오 세티 1세 신전의 벽에는 그 이전 파라오 76명의 이름이 적힌 ‘아비도스 왕명록’이 존재하는데, 그곳에서도 아케나텐의 이름은 빠져 있다. 이집트 박물관에 전시 중인 한 목재 금박 관에는 얼굴과 이름이 파여 있는데 이것은 후대의 발굴과 연구를 거쳐 아케나텐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아마르나에 꾸며진 ‘신도시’ 격의 수도 아케트-아텐은 빠른 속도로 지어졌다. 대체로 쓰인 재료는 진흙 벽돌이었다. 피라미드가 수천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형태를 남길 수 있던 이유 중에는 이집트의 건조한 사막기후, 그리고 석회암 등 돌이 주재료라는 점이 있다. 진흙 벽돌은 돌보다는 쉽게 만들어지는만큼 자연의 강한 압력으로 생성되었을 돌보다는 오래 보존되기 어렵다. 곽 소장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돌의 질이 좋지 않아 무덤 등에서 부조를 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오랜 고대 이집트사의 이단아였던 아케나텐과 그가 연 ‘아마르나 시대’의 흔적은 거대함으로 압도하는 여러 피라미드만큼이나 깊게 각인됐다. 그가 왜 변화를 시도했는지는 그가 남긴 유물을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지만, 변화가 멈추지 않았다면 이집트는 어떤 역사를 남겼을지 상상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아케나텐의 아들은 재위 기간 큰 업적을 남기지 못했음에도 20세기부터 대중에 가장 잘 알려진 파라오가 됐다는 점이다. 업적이 크지 않았으니 고대에서부터 성행하던 무덤 도굴을 피했고, 그 덕에 화려한 유물을 오래 간직하다가 현대인들에게 선을 보이게 됐다. 그 파라오의 이름은 원래 투탕카텐(Tutankhaten·아텐의 살아 있는 형상)이었고, 후에 유일신 아텐의 이름을 아멘으로 바꿔 ‘투탕카멘’이 된다. (下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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